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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어하게/공간

독일 추억의 교환학생기 4탄. 아이제나흐에서

by 영하고 독하게 2021. 10. 26.

3탄에서 뒤셀도르프를 다녀왔습니다.

 

독일 추억의 교환학생기 3탄. 뒤셀도르프에서

전편에서 쾰른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뒤셀도르프로 랜선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독일어 표현은 참고에 있습니다.) 독일 추억의 교환학생기 시작할게요~ 1. 뒤셀도르프 2016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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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의 최애 마을이었던 아이제나흐를 추억해볼까 합니다. 훗날 신혼여행을 여기로 오고 싶었다고 말씀드리면 얼마나 최애였는지 아시겠지요? ㅎㅎ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아이제나흐

2016년 9월 10일 ~ 9월 13일

유서 깊은 중세의 옛 도시, 아이제나흐. 독일의 정중앙에 위치한 튀링겐 주에 속해있다. 종교개혁의 아버지인 루터와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시초로 유명하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여행 계획에도 없었지만, 함께 여행하는 혜정의 바람으로 잠시 머물렀던 곳. 솔직히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여행지였다.

 

1.1. 숙소 찾아 삼만리

중앙역˚. 예스러운 건물과 벽돌 덕분에 유서 깊은 도시라는 분위기가 한층 더해진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 아담하게 느껴지는 시내. 독일 마을에서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을 보기란 어렵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시내는 아래쪽에 있고 주택들은 위에 있어서 다소 험난했던 숙소 찾기. 고도가 높은 마을이라 숙소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던 전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이 근처가 마침 시내 광장이었다.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오르그 교회가 있었고, 하필 우리가 이렇게 험난한 산행(?)을 하고 있을 때 막 예배가 끝난 주민들이 우르르 나왔다. 덕분에 우리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을 느끼며^^ 꿋꿋하게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한층 높아진 시야. 숙소까진 아직이지만 집들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돌길에 캐리어가 다 망가질 수 있으니 배낭을 추천한다. 캐리어를 들고 왔던 혜정은 팔에 튼튼한 근육이 생겨서 기뻐했다(?)

 

드디어 애증의 숙소! 걸어서 올라왔다고 했더니 verrückt˚라는 말과 함께 엄지 척을 해주었던 주인아저씨. 호탕하고 유쾌했던 주인아저씨.

아직도 숙소 대여˚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추천하는 숙소이다. 한층을 단독으로 쓸 수 있고 층고가 높은 방이 여러 개라서 쾌적했다. 교환학생 지갑 사정이야 뻔해서 가격도 적당한 곳으로 예약했던 것인데 고급스러운 집이었다. 보쉬˚ 식기 세척기는 아직도 탐난다... 돈 많이 벌어야지ㅎ

 

숙소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던 마을 전경. 절경이다. 사진 보정을 할까 했는데 실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원본 그대로!

 

짐 풀고 다시 내려간 시내의 한 카페 ㅎㅎ 격한 운동으로 떨어진 당을 보충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실패하지 않는 녹차 프라푸치노.

 

저녁 장을 보러 들어온 마트에서 깜찍한 호박˚을 발견했다. 핼러윈 아기 호박들.

 

여자 넷이 이 정도는 먹어야지? 부엌에 넓고 튼튼한 식탁은 쓰지도 않고 무조건 테라스에서!

 

후식까지 야무지게!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중에 빵빠레와 비슷한 맛이었다. 포장은 간소하고 내용물은 실한 게 마음에 쏙 들었다.

 

테라스에서 맞이한 아침 풍경. 청량한 새소리와 선선한 바람에 아침잠이고 뭐고 눈이 반짝! 절로 떠진다.

아침마다 따끈한 차를 마셨던 테라스. 차 덕분에 속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몸이 나른해졌다. 언제나 생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도 잠시 내려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호로록 넘기는 차 한잔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도 호로록 넘겨보았다. 그랬더니 이렇게 값진 추억거리가 생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그 시간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었다.

 

1.2. 바르트부르크

아이제나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 바르트부르크˚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유명한 곳. 이곳에서 루터는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종교와 관련되어 꼭 들러야 할 명소가 되었지만, 무교인 사람으로서 종교를 떠나서라도 추천하고 싶은 명소이다. 특히 해가 살짝 지려고 할 때 성 너머 수평선에 깔리는 노을은 예술 그 자체이다.

 

마스크가 필요없던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저 멀리 앙증맞게 보이는 건물들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순간. 하늘 가까이 높은 곳에 올라오면 늘 숙연해지곤 한다.

 

저땐 꽃받침 자세가 유행이었나 보다...

 

성 안에 이런 탕인가 수영장인가가 있었는데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성이 1067년에 처음 지어졌고 19세기에 복원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A급 상태.

 

성 한쪽에 있던 기념품 가게. 루터 관련 책이 가득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성경도 판매한다.

 

시내로 내려오다 보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귀여운 민트색의 외관. 아이제나흐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 어릴 때 뽑기 돌리기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잠시나마 시간이 멈춘 마을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1.3. 루터 하우스

초록색 무늬가 둘러진 외관. 건물이 예뻤다는 것 외에는 사실 기억에 남지 않았던 명소이다. 차라리 바로 근처에 있는 바흐 하우스를 추천한다.

 

루터 하우스 입장권인지 바흐 하우스 입장권인지 가물가물... 설마 바르트부르크 입장권이던가...

 

1.4. 바흐 하우스

바흐의 악기와 책상을 보관해두었다. 저런 접이식 책상이 너무 탐난다!

 

시간에 맞춰서 잘 가면 연주자가 실제로 연주하는 작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근데 분명 연주 영상을 찍었는데, 내 영상은 어디로 갔는가...?

 

역동적인 그림체. 바흐의 작품은 잔잔한 울림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역동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음악은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인가 보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바흐도 매력적이다.

 

바흐 동상 앞에서 찰칵.


2. 독일어 참고

  • 중앙역은 Hauptbahnhof[하웁트반홒]으로, Haupt(중앙)+bahn(철도)+hof(뜰)가 합쳐진 단어
  • 숙소 대여의 경우 유럽은 특히 에어비엔비를 추천! 현지 분위기를 가득 담은 가정집에서 지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 주인아저씨의 verrückt[풰뤽트]는 '미쳤다' 혹은 '대박'이라는 말...ㅎ
  • 보쉬(Bosch)는 1886년에 설립된 독일 브랜드로, 전동공구(전동드릴)와 전자제품이 유명함
  • 호박은 Kürbis[퀴어비스]로, 색칠된 호박은 Kürbis bemalt[퀴어비스 베말트]라고 쓰면 됨
  • 독일 명소 이름 중에 '부르크' 혹은 '베르크'가 많은데,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단어! 부르크는 Burg로 '성'을 의미하고 베르크는 Berg로 '산'을 뜻함

글을 다 쓰고 보니, 교환'학생'인데 '공부'는 안하고 매번 놀러만 다녔네요ㅎㅎ 아이제나흐로 떠난 추억의 랜선 여행, 어떠셨는지요. 코로나 시국에 조금이나마 기분전환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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