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의 데이트도 좋지만, 혼자만의 데이트를 더 좋아하는 영하고 독하게/흐흐상점 주인장입니다. 특히 여유가 생기면 주로 전시회를 찾곤 합니다. 자극적이고 유해한 시각 자료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림은 무해한 시각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날리는 계절, 커플 밖에 없는 길거리에서 당당히(?) 나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전시회 후기 겸 성수 데이트 코스 공유 겸 글을 적어봅니다.
1. 세르게이 볼코프 전시
1.1. 갤러리까르찌나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갤러리까르찌나입니다. 성문빌딩 4층이에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작가만 전문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갤러리입니다. 세르게이 볼코프 전시는 2022년 14월 24일 일요일까지 열려있습니다. 예약 없이 (그리고 기대 없이) 그냥 갔는데 직원분께서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기대 이상이었던!
작은 규모의 갤러리로, 미음(ㅁ) 모양으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운데 직원분들의 책상이 있어요. (살짝 민망) 한편에 노트, 스티커 등의 굿즈를 파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료 전시회에 가면 입장료를 아낀 만큼 굿즈를 사는 편입니다. 여러분도 굿즈 사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누가 문구 덕후 엽서 덕후 아니랄까 봐 또 엽서 사 왔습니다... 한 장에 1,000원이라 두 장 사 왔어요^^ 오늘의 주인공 작가인 세르게이 볼코프의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엽서도 가득 있었습니다.
1.2. 작품 후기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러시아... 의 작가인 세르게이 볼코프의 전시회입니다. (나라는 죄가 있지만 그림은 죄가 없으니) 초현실주의 화풍에 동화 같은 분위기가 특이했던 작가입니다. 보통 초현실주의라고 하면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기 때문에 약간 피하는 편인데 이 작가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따뜻합니다.
사람, 공장, 건물 등이 뒤섞여 형체를 이루고 있는 "도시 시리즈"입니다. 작품명은 순서대로 <도시 시계>, <나무-낮>, <삶은 어디에나>입니다. 초현실주의 작가라는 점이 와닿았던 작품들이었습니다. 세로로 길게 뻗은 캔버스에 유화로 풀어낸 작품들이라 꾸덕한 질감과 화사한 색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전시회 홍보용 이미지를 <저녁 대화> 가 아닌 도시 시리즈 중에 하나로 했으면 관객 유입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한눈에 꽂힌 작품입니다. 작품명은 <정물>로, 커다란 그릇 속에 오만가지 건물(물체)이 담겨있습니다. 빨간 커튼과 관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연극이 진행되는 중인 것도 같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인간 같기도 하고요! 달밤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한몫을 합니다.
특히 빨간색과 파란색을 고급스럽게 써서 좋았습니다. 저도 흐흐상점 그림 그릴 때 따라 해 봐야겠어요,,
2. 오브젝트 성수
흐흐상점을 운영하는 문구 사장으로서 소품샵은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필수!) 갤러리까르찌나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브젝트 성수입니다. 20분 정도 걸으면서 개성이 가득한 가게들을 구경하실 수 있어요.
오브젝트 성수는 상가 2층에 있고, 입구가 아파트 단지 안쪽에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살짝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간 길치...ㅎ
비닐을 재활용해서 에어팟 케이스를 만드는 프로젝트.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친환경"은 이제 당연한 과제가 된 것 같아요. 흐흐상점만 하더라도 비닐 포장은 지양하고 종이로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조금 힘들어도 괜찮죠...! 그동안 우리가 환경을 힘들게 했으니까...?
버섯을 진짜 좋아해서 한참 들여다본 책갈피. 앙증맞지 않나요? 실로 짠 책갈피는 처음 보아서 신기했습니다. 14,000원이었던 기억. 셀프 선물로 사 오려고 했으나 재고가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빈손으로 나왔다는 슬픈 결말...
3. 버섯집
엄청 뽈뽈 돌아다녔으니 배를 채우려고 근처 맛집을 찾아보았어요. 원래는 "소녀방앗간"이라는 한식집에 가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 "버섯집"이 눈에 들어와서 ㅎㅎ
1인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있어서 얼른 착석하고 얼큰 버섯탕을 시켰습니다. 맵찔이라서 사장님께 맵기 정도를 여쭤보았는데 크게 맵지 않다고 하셔서 도전!!! 신라면보다 안 매웠어요.
종류별로 들어간 버섯을 보면서 (과장 좀 보태서) 눈 돌아갔습니다. 버섯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거든요...^^ 표고, 느타리, 팽이, 목이 그리고 이름 모를 원반 모양의 버섯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방송 탔던 맛집이었어요.
혼자서 여유롭게 전시회도 보고 예쁜 가게들도 구경하고 맛있는 한 끼도 먹었던 나 홀로 데이트였습니다. 러시아 작가는 생소했는데 이번 기회로 러시아 작품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러시아는 근데 왜... 전쟁을... 죄 없는 작가와 작품들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아까운 생명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 12명 정도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