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고 거쳤던 다양한 직업 중 기억에 남는 직업을 꼽으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영어강사를 뽑고 싶다. 1
나름 4년 차 강사이다.
역마살이 꼈는지 한 학원에서 진득하게 못 있고 떠돌아다닌다. 최대 1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난생처음 남에게 돈 받고 일했던 시작이 영어강사였고, 가장 오래 한 일 역시 영어강사이다. 2
학원을 옮기며 변한 시급을 기록해 본다.
강사로 첫걸음을 떼는 분들께 도움 되는 정보이길 바란다. 3참고로 이하 모든 시급은 두 가지 전제가 있다!
1.1. 첫 학원 : 12,500원
- 2017년 시급
- 쌩신입
- 교환학생 경험으로 시급 협상
- 중고등 독해 수업
독일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땡전 한 푼 남아있지 않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자 알바앱에서 대충 검색하고 다짜고짜 전화부터 걸었던 기억이 난다. 젊었던 건지 무모했던 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부끄럽다.
원장님께서 전화부터 거는 용기를 높게 사주셔서 참 다행이었다.
당장 몇 시간 뒤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셔서 부랴부랴 이력서를 준비해서 갔다. 웃긴 점은 수학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영어(10,000원) 보다 수학(12,500원)이 더 시급이 높았기 때문 6. 7
하지만 영어(중3~고2)를 맡게 되었다.
고등수학까지 가능한 강사를 찾으셨고 독일 교환학생 이력이면 영어 강사에 더 적합하다고 보신 것 같다. 교환학생 경험을 좋게 봐주셔서 강사 경력은 없지만 12,500원으로 협의했다. 반전은 6개월 만에 그만 두었다는 점. 8
1.2. 학습지 회사 : 건별
- 2017년 하반기 ~
- 부업으로 시작
- 중고등 기출 해설작업
문득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영어를 가르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재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고, 꽤나 오래 일을 했다. 자세한 후기를 써둔 글이 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2. 두 번째 학원 : 15,000원 + 퇴직금
수학원장님이 운영하시는 종합학원이었다.
영어원장님이 운영하셨던 첫 학원과 달리 내 세상이었다.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체계를 잡아야 했다.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배울 점도 많았던 기억. 10
당시 느꼈던 후기를 남겨둔 글이 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3. 세 번째 학원 : 16,000원 + 주휴수당
- 2023년 시급
- 초등 원서 수업
두 번째 학원까지 다니고 회계사 공부를 위해 일을 전부 그만두었다.
전업 수험생이 되어 종로의 회계사 학원에서 1년, 독서실에서 2년, 그렇게 꼬박 3년을 투자했다. 그리고 연이어 1년을 세무사 시험에 쏟았다. 결과가 좋았다면 두 번째 학원이 내 인생 마지막 학원이 되지 않았을까. 오랜 수험 기간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만큼이나 통장 또한 그랬다. 11
시험이 끝나자마자 이력서를 냈다.
4년의 공백만큼 나이도 꽤나 먹어서 체력이... 밤늦게 끝나는 중고등은 못할 듯싶어 초등으로 지원했다. 원장님께서 중고등 경험을 좋게 봐주셔서 긴 공백에도 괜찮은 시급을 받을 수 있었다. 12
그만두게 된 이유는 생각하지 못한 변수 때문이다.
재밌는 원서도, 합리적인 원장님도, 깜찍한 아이들도 다 좋았는데 중고등 경험만 있던 내가 몰랐던 점이 있었다. 초등은 교육보단 보육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13
4. 네 번째 학원 : 25,000원
- 2024년 시급
- 중등 작문 수업
여태 영어만 전문으로 하는 어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
전문성을 생각해서 어학원으로 옮겼다. 결과는 매우 만족. 세분화된 각 영역마다 강사가 존재한다. 원어민 강사도 있다. 14
나는 영어 작문을 맡았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문장 구조에 관심이 많아 그에 관해 포스팅을 자주 했는데, 그 때문인지 시강 때 구조 잡는 설명을 원장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다녀봐야지!
영어강사 시급에 대한 생각을 편하게 적었습니다.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니 가볍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사 일을 처음 시작하시는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학원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15
궁금한 점은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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