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그립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커피를 파는 카페의 분위기가 그립다. 프리랜서로 벌어먹고사는 나에게 카페란 작업실이나 다름없다. 은은한 커피 향과 따뜻하게 퍼지는 사람들의 소음에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낀다. 약간의 긴장감도 함께. 코로나가 우릴 괴롭히기 전까지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카페에서 작업을 했는데 이제 한 달에 최대 세 번, 아니 이제 아예 가질 않는다. 가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만.
지금까지 쓴 커피값을 모으면 작업실을 빌릴 수도 있겠지? 진짜 나만의 작업실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나 혼자만의 공간이라 쓸쓸하면 어쩌지.
카페를 가지 못하니 커피는 집에서 내려마신다. 솔직히 커알못이라서 커피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가 생겼다. 번역을 계기로 급속도로 친해진 친구가 있는데, 본인 말로는 자신의 미뢰를 위해 아무 커피나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커알못인 나에게는 약간 충격적으로 들렸는데, 충격은 금방 잊히고 신기함이 커졌다.
덕분에 함께 번역 스터디를 하면서 서울에 맛있다는 커피를 찾아다녔다. 어쩌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번역 스터디를 한 것도 같다. 이게 바로 주객전도? 자낳괴인 나는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서비스로 실망시키지 않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했는데 개인 카페의 매력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이제 가지각색의 매력을 품은 카페를 돌아다니며 함께 커피를 마신다는 일은 꿈만 같아 속상하다. 이제 막 커피에 입문했는데! 억울하다고!
역시 사람은 사람을 만나 경험하는 세상이 넓어지나 보다. 이 친구를 만나 커피에 대한 나의 세상이 넓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카페는 정말 중요한 장소이다.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라고 존재하는 곳이니까.
코로나가 비행기를 잡아먹었는데 커피까지 잡아먹을 기세다. 언제쯤 다시 카페에 갈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고 기다려야 한다. 살아있어야 카페도 가는 거지... 확 코로나가 배탈 나서 그만 좀 잡아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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