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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하고/정보

지금의 나를 만든 프뢰벨을 당근했다!

by 영하고 독하게 2023. 9. 1.

어쩌다 보니 영어를 가르치며 밥벌이를 한다.

날 때부터 영어를 잘 하진 못했으나 잘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 주변에 존재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촌이라든지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했다든지. 여러 환경이 있었는데 가장 처음은 무엇이었을까. 영어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영어 동화책이다.

 

영어 동화책

프뢰벨 영어 동화책.

한국프뢰벨주식회사에서 테마별로 단편 동화를 묶어냈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 현재는 중고로 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아마 2005년쯤 나온 책이었던 것 같다.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사실 확실하진 않다. 새 책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점만 확실하다.

 

사실 나도 당근으로 겨우 다시 샀다! 의정부에 살면서 노원까지 가서 받아왔다. 이럴 때만 열정이 넘친다. 사촌동생들에게 물려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힘들게 다시 구할 일도 없었을 텐데?

 

프뢰벨

변색된 책 가장자리.

살짝 누렇게 바랜 가장자리를 보면 마치 새하얀 종이에 흘러간 세월이 켜켜이 쌓여 물든 것만 같다. 처음 이 전집을 선물 받고 기뻐했던 어린 꼬마가 지금은 다른 꼬마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정말 시간이 순식간이다.  

 

엠마인형

꼬마였던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 두 편.

첫 번째는 아픈 인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소녀, 엠마의 이야기이다. 엠마가 병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물들에게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인형이 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다시 기운을 차린 인형과 집으로 돌아온다. 귀여운 인형과 동물의 조합이라니, 이걸로 이미 충분하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호불호 없을 내용이다.

 

블루베리 꼬마 살그림체

두 번째는 블루베리를 먹는 꼬마, 살의 이야기이다.

볼펜으로만 그린 것처럼 보이는 그림체가 매력적이라 정말 좋아했던 동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블루베리만 계속 먹어대는 꼬마 살과 꼬마 곰이 끝이다. 그림 보는 맛으로 읽었던 기억! 

 

가끔 수업을 준비하다가 어려운 문장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 동화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상대적으로 문장이 짧고 쉬우니 스트레스가 가라앉는 느낌이라 좋다. 글 중간에 들어간 삽화도 정말 귀엽다. 힐링된다.

 

요즘은 출판사가 훨씬 다양하다.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원서도 참 많다. 그럼에도 인생 '첫' 원서인 프뢰벨 영어 동화책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처음'이 지닌 힘은 굉장히 크니까. 절대 잊지 못한다.

먼 미래에 자식이 생긴다면 이 책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 추억의 원서를 당근한 기념으로 쓴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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