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재미있게 봤던 독일 드라마 DARK에서,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가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우릴 가진 거였어."
크... 맞는 말이죠. 시간 앞에 장사 없으니까요. 동사 역시 시간 앞에서 수그리고 들어가야 합니다. 제 아무리 원래의 형태-원형-를 그대로 남기고 싶겠지만 세월 따라 변하는 게 자연의 이치인걸요. 시제마다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시간을 크게 과거/현재/미래로 3등분 합니다. 엄청 방대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시제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시간,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동사만 존재하자는 즉 1문 1동 내용으로 서론을 열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 1문 1동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법 중에서 ①인칭변화(수일치)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시제에 따라 동사의 모습이 어떤지 자세히 수다를 떨어볼까요? 우선 과거시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시제란?
우선 전체적인 시간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만의 시간 구분 기호가 있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간은 크게 3등분 됩니다. 과거 & 현재 & 미래입니다. 이렇게 딱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동사-즉 바꿔 말하면 동작이나 상태-가 반복적인지 일시적인지 또는 완성된 동작인지 미완성된 동작인지에 따라서 단순 & 진행이 생깁니다. 저는 "단순"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심플한 직선이 생각납니다. "진행"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연결되지 않은 점들이 생각나고요. 수학 시간...? 여기서 딱 끝나면 깔끔할 텐데 ㅎㅎㅎ 물결 표시 보이시나요? 물결은 흘러 흘러 다른 물결에게 영향을 줍니다. 파도가 다른 파도와 만나 더 커지는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3등분 된 시간들을 서로 연결해주며 순서에 영향을 끼치는 시제가 있습니다. "완료"라고 부르는 시제입니다.
과거완료 : A와 B라는 두 가지의 과거 사건들의 순서를 보여줌
과거(단순) : ~였다.
과거진행 : ~중이었다. ~하고 있었다.
과거시제들
이제 물밑 작업(?)은 다 끝났습니다. 본격적으로 과거와 관련된 시제를 싹 다 한 번에 살펴봅시다!! 이제 시작이다~
역시나 검은색 글씨는 영어, 초록색 글씨는 독일어입니다. 오늘도 두 언어의 유사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 졸라맨 보이시나요? ㅎㅎㅎ 오늘의 예문들을 말해주는 친구들입니다. "내가 점심을 먹었을 때 우린 이미 식당에 있었어.", "나는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식당에 있었어." 라는 대화를 통해서 과거완료 & 과거(단순) & 과거진행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과거시제 총집합 예문 | 영어(동사원형 eat, be) | 독일어(동사원형 essen, sein) | |
과거완료 | 내가 점심을 먹었을 때, 우린 이미 식당에 있었다. |
When I ate lunch, we had already been in the restaurant. [웬 아이 에잍 런취, 위 헫 올뤠디 빈 인 더 뤠스토랑트.] |
Als ich zu Mittag aß, waren wir schon im Restaurant gewesen. [알스 이히 쭈 미탁 아쓰, 봐렌 뷔어 숀 임 레스토랑트 게붸젠.] |
과거(단순) | 나는 점심을 먹었다. |
I ate lunch. [아이 에잍 런취.] |
Ich habe zu Mittag gegessen. [이히 하베 쭈 미탁 게게쎈.] |
우리는 식당에 있었다. |
We were in the restaurant. [위 월 인 더 뤠스토랑트.] |
Wir waren im Restaurant. [뷔어 봐렌 임 레스토랑트.] |
|
과거진행 | 나는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
I was eating lunch. [아이 워즈 이링 런치.] |
Ich habe zu Mittag gegessen. [이히 하베 쭈 미탁 게게쎈.] |
우리는 식당에 있던 중이었다. |
We were being in the restaurant. [위 월 빙 인 더 뤠스토랑트.] |
Wir waren im Restaurant. [뷔어 봐렌 임 레스토랑트.] |
혹시 발견하셨습니까??? 과거(단순)와 과거진행의 예문들을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바로 독일어는 과거(단순) & 과거진행의 예문이 똑같습니다! 즉 독일어는 영어처럼 과거(단순) / 과거진행을 구분하지 않고 과거면 그냥 과거. 끝! 간단하게 보여서 시작은 좋습니다. 하지만 좋아하긴 이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영어나 독일어나 도찐개찐이기 때문이죠...흠...
독일어가 영어처럼 진행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대신, 과거시제에서 유의점이 있습니다. 바로 공식이 2개라는 점과 어순이 영어와는 사뭇 다릅니다!
공식 2개
①[haben+V 과거분사형] / [sein+V 과거분사형] : 구어체에서 많이 쓰는 공식
※ [haben+V 과거분사형]은 일반 동작 위주로 쓰고, [sein+V 과거분사형]은 이동, 상태 위주로 씁니다. 그래서 위의 예문에서 점심을 먹었던 것은 동작이라서 [haben+V 과거분사형]을 쓰고, 식당에 있었던 것은 상태라서 sein을 썼습니다.
※ 그런데 공식이 참 낯익지 않으신가요? 바로 영어에서 현재완료 [have+V 과거분사형] 과 똑 닮았습니다. 그러나 생김새만 같고 나타내는 시제는 다르다는 것!!! (자세한 것은 현재시제 편에서 To be continued ... )
※ 아, 참고로 빨간색 -en/sein 부분은 주어마다 수일치에 따라서 바꿔줘야 하는 것 기억하시죠...? (동공 지진) 혹시 수일치 다녀오실 분들 잠깐 다녀오세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후하후하 심호흡)
※ 독일어 동사의 과거분사형은 ge-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영어로는 give(주다) - gave(주었다) - given(주어진)이고 독일어로는 geben(주다[게벤]) - gab(주었다[갑]) - gegeben(주어진[게게벤])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면, 영어로는 stay(머무르다) - stayed(머물렀다) - stayed(머무른)이고 독일어로는 bleiben(머무르다[블라이븐]) - blieb(머물렀다[블립]) - geblieben(머무른[게블리븐])입니다.
②[V 과거형] : 문어체에서 많이 쓰는 공식 (단, 기본동사의 경우 구어체에서도 [V 과거형]으로 쓴다.)
※ 여기서 기본동사란, sein(영어 be) / haben(영어 have) / werden(영어 become) / 조동사류 등을 뜻합니다. 그래서 식당에 있었다는 예문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동사sein이므로 "Wir sind im Restaurant gewesen." 으로 쓰지 않고 짧게 "Wir waren im Restaurant." 로 썼습니다. 뭐든 짧은 게 편하죠!
※ 역시 수일치를 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①공식과 같은 수일치가 아니라서 주의하셔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수일치는 현재형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라서 과거형의 경우 아주아주 약간(ein bisschen) 달라집니다. 즉 1인칭을 기준으로 수일치를 적용하며, 1인칭=3인칭이라는 점만 빼면 나머지는 현재형 수일치와 동일합니다.
※ 독일어 동사의 과거형은 -te-로 생겼습니다. 불규칙 동사라면 조금 달라집니다. 마치 위에서 보여드린 geben(주다)과 bleiben(머무르다), sein(~이다)과 haben(가지다)처럼요! 규칙 동사의 예를 들어보면, 영어로는 say(말하다) - said(말했다) - said(말해지는)이고 독일어로는 sagen(말하다[자겐]) - sagte(말했다[작테]) - gesagt(말해진[게작트])입니다. 하나 더 볼까요? 영어로는 buy(사다) - bought(샀다) - bought(구매된)이고 독일어로는 kaufen(사다[카우픈]) - kaufte(샀다[카우프테]) - gekauft(구매된[게카우프트])입니다.
어순
문장 구조를 인테리어에 비유하며, 독일어는 서술어 방이 작아서 1개의 동사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나십니까? 따라서 [haben+V과거분사형]과 [sein+V과거분사형]에서 "V과거분사형"은 마땅한 방이 없어 맨 뒤로 쫓겨(?) 납니다...☆
혹시 인테리어 설명이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아래 링크로 고우고우!
과거완료는 위에서 나왔던 유의점에 더 이상 추가되는 것들이 없으니 편하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독일어의 과거완료는 자주 쓰이는 편은 아닙니다.
위에서 과거시제를 볼 때는 독일어에 선택권이 두 가지라 좀 짜증(?)이 났었죠. 선택권이 많으면 귀찮을 때가 있으니까요. ^^;; 하지만 그 덕분에 과거시제의 공식과 과거완료시제의 공식의 퇴행(?) 과정이 잘 이해됩니다. (이건 뭐 퇴행성관절염도 아니고 ㅠㅠ)
사실 영어는 [V과거형] / [was/were+Ving] ☞☞ [had+V 과거분사형]으로 갑자기 확 퇴행해버린 것 같습니다. 딱히 논리가 없어보이는...? 반면, 독일어는 [haben+V 과거분사형] / [sein+V 과거분사형] / [V과거형] ☞☞ [hatte+V 과거분사형] / [war+V 과거분사형]으로 엘리트(?) 코스 쫙쫙 밟으며 퇴행을 했습니다.
영어의 3단 변화 have(현재형) - had(과거형) - had(과거분사형) 와 be(현재형) - was/were(과거형) - been(과거분사형)처럼 독일어의 3단 변화는 haben(현재형) - hatte(과거형) - gehabt(과거분사형) 와 sein(현재형) - war(과거형) - gewesen(과거분사형) 요거거든요. 그럼 퇴행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예문 다시 보겠습니다.
"내가 점심을 먹었(B)을 때, 우린 이미 식당에 있었(A)다."
※ 먹었던 사건과 있었던 사건 총 두 가지의 과거 사건이 있습니다. 편의상 (A)와 (B)라고 부르겠습니다. (A)사건이 (B)사건보다 더욱 먼저라는 것을 구별하기 위해서 (B)사건은 과거시제로, (A)사건은 과거완료시제-과거시제보다 더 이전 시제-로 써줍니다. 따라서 과거완료를 보면 두 사건들의 순서를 알 수 있습니다.
※ (B)사건은 과거시제이므로 영어의 경우 편하게 [V 과거형] 공식-어차피 이거 하나뿐이라서-을 쓰면 됩니다만, 독일어의 경우 선택권이 2가지였습니다. 여기서는 영어와 동일하게 ②[V 과거형] 을 쓰시면 됩니다. 그래서 "Als ich zu Mittag gegessen habe" 가 아니라 "Als ich zu Mittag aß" 로 썼습니다.
※ 역시 과거형 수일치를 해주셔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을 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발견하면 바로바로 고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동사 3단 변화를 잘 알아야겠다... 그리고 과거시제로 말할 틈을 주면 안 되겠다!
☆출처★
1. 이미지들 : 직접 손그림
2. 예문들 : 직접 만듦
3. 참고 문헌들 : <미국 영어회화 문법 2>, <프리마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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